쪽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학과 정치? (수정)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미학과 정치를 연결시키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정치의 미학, 미학적 정치 따위를 떠드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저런 걸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는 편협하고 단순해서 현실정치랑 별 연관이 없어요. 그냥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게다가 저들이 떠들고 다니는 미학이 무엇인지도 매우 불분명합니다. ‘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딱히 성찰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보통 저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숭상하는 작품을 가지고 모든 비판을 처리합니다. 이 작품에 자본주의 비판이 담겨 있다는 해석 하나만으로 모든 게 증명됩니다. 이 작품은 위대하고 현실은 불합리하고, 이 작품을 근거로 현실을 극복해야한다는 식.. 더보기 "자연vs문화"라는 이분법?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본인 연구의 테마로 삼습니다. 뭐 기본적인 주장은 뻔합니다. 자연은 하나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죠.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구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콜라의 작업에는 중요한 것이 있어요. 일단 데스콜라를 위해 변호해주자면,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데스콜라가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비교를 위해서는 차이점뿐만 아니라 공통점도 가져야만 하고, “주어진 자연”이 공통점으로 기능할 수도 있죠. 데스콜라가 비판하려는 것은 “주어진 자연”을 당연시 하는 작태입니다. “그들”과 “우리”를 비교하면서 자연이 똑같다고 전제하는데, 비교를 위한 공통 장소로서의 자연이 당연히도 “우리”의 자연과학적인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게.. 더보기 "생기론"의 귀환? 이른바 ‘생태주의’를 표방하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멍청이들은 이런 도식을 상식으로 여깁니다. 근대=과학지상주의=기계론=기술만능주의=자아중심주의=이기주의=자본주의=제국주의=환경파괴 그러니 이런 쪽에서는 베이컨과 뉴턴 이래 서구 자연관이 다 기계론적으로 바뀌어서 대충 “서구” “근대” “자본주의-제국주의”가 등장했고, 이런 자연관을 극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물론 저런 도식과 저런 해법은 너무나도 멍청한 것이라 평가할 가치가 없긴 합니다. 책임 회피와 지적 게으름을 통해 꾸며지는 “악마화”의 전형이거든요. 저런 나쁜 속성들을 모아둔 악의 짬통은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악의 짬통은 극복의 대상도 될 수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런 단순..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보론 - 회의와 확신이라는 테마의 적용 근대 철학 “시리즈”와는 좀 무관할 수 있는 얘기긴 한데... 그냥 썰풀고 싶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비코에 대한 글로 기획되었지만, 비코 철학에 대한 설명은 정작 없는 그런 글이 되었네요. 하여간 다 도움 되는 얘기니 들으십쇼. 일단 화두는 이러합니다. “회의와 확신”이라는 테마는 하나지만 하나가 아닙니다. 어떤 회의인지, 어떤 확신인지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런 테마 자체는 매우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근대 철학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철학을 “확신을 생산하는 기술”로 정의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정말?”이라고 물을 것 같아서 사례도 준비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확신을 제작하는 기술로 분석하는 것을 말이죠. “플라톤 철학=이데아론”이란 도식이 교과서적.. 더보기 정치신학으로서의 계보학 관련해서 뭔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저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되기도 했고, 저 책을 좀 급하게 후다닥 읽기도 해서 상세한 것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의 핵심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기도 한 문제를 제 마음대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는 구실에 불과할 수 있겠네요.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다른 얘기니까요. 사실 계보학을 말하고 싶거든요. 단지 를 통해서 말해질 수 있는 “정치신학”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계보학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정치신학으로 계보학을, 다시 말해 계보학을 일종의 정치신학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게 계보학의 “역사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죠. 일단 정치신학을 를 통해 소개하자면..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2. 데카르트 데카르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써가지고... 뭔가 얘기를 꺼내려니 벌써부터 좀 지겨운데ㅋㅋ 그래도 지금 하는 얘기는 처음 하는 얘기이긴 합니다. 어제 언급했듯이, 제가 사용하는 중심 테마는 “회의와 확신”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회의와 확신”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회의와 어떤 확신이냐입니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으니, 데카르트 시대의 한 사례를 비교항으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내세울 비교항은 예수회의 결의론casuistry입니다. 결의론은 다양한 경우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대체 이게 어떤 것이었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보통 지동설이 진리이니 지동설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심해야할 것은 지..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1. 일반론 어제 글에 이어서 0.일반론 자연종을 부정하고 물질 일반을 실체로 보는 것이 바로 근대 철학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게 저번 썰의 핵심이었죠. 저번에 전 저런 관점의 등장만을 다뤘는데, 이에 따른 귀결을 다루고 싶네요. 그래야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거든요. 일단 저 관점을 일반적으로 풀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핵심은 등질성입니다. 물질이란 것을 등질적인 단일계로 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퀴나스에게서도 자연계는 단일계입니다. 제일질료를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세계이니까요. 아퀴나스는 그럼에도 자연종 중심으로 세계를 보았고, 그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마땅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따른 것이..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0. 화두 던지기 요청으로 쓰게 된 글 근대 철학을 스콜라 전통의 개념들을 뒤집은 것으로서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실체”일 테니, 실체를 중심으로 얘기해보죠. 일단 수의 차이로 시작하고 싶네요. 근대 철학에서는 실체가 몇 개인가요? 데카르트의 경우 둘이겠죠.(셋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스피노자의 경우 하나일 겁니다. 근대 철학에서 실체는 하나일 수도, 둘일 수도, 셋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스콜라 전통과 비교할 때는 말이죠. 그렇다면 스콜라 전통에서는 실체가 몇 개인가요? 답은 간단합니다. 여러 개. 스콜라 전통에서 실체는 일단 자연종들입니다. 구체적인 개별자들에 해당될 질료-형상 복합물을 가능케 하는 담지자로서의 자연종들이 실체입니다. 때문에 자.. 더보기 유비/유추란 무엇이고 철학에서 왜 중요한가? 이 또한 편지 예전에 보낸 글을 다시 보니 제가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하군요;;; 당장 말이 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변명을 하기 위해서 새로 적어보았습니다. 에서 다루어진 의 사례와 거의 비슷해 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귀납 설명에서 시작하고 싶네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규정되었으므로, 이제 문답을 통한 변증술적 논의(로고스)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를 구별해야만 한다. 하나는 귀납(에파고게)이고 다른 하는 추론(쉴로기스모스)이다. 추론이 무엇인지는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귀납은 개별자들로부터 보편자에 이르는 통로이다. 예를 들면 지식을 가진 키잡이가 최고의 키잡이라면 또 전차를 모는 사람이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해서 각각의 일에 대해 지식을 가진.. 더보기 루소의 역사서술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든 것 요즘 전 논문 수정을 위해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 한심하게도, 구체적인 본문 수정을 고민하지 않고 “역사성”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죠... 그러던 중 루소의 역사서술이 가진 진실성은 이런 것 아닌가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전문가이신 선생님께서 두들겨 패주시길 기대합니다...(어차피 논문에는 들어갈 일 없는...) 선생님께서 주목시켜주신 구절에서부터 생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에 등장하는, 인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에 대해 “나는 모른다”라고 루소가 말하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저 구절은 이상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바로 저 문제, 인간이 어떻게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를 루소 본인이 에서 다루고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