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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역사서술 보충 니체가 역사를 실존, 학문, 정치를 종합하는 기예로 생각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8세기 초반 할러는 기계와 유기체를 다음과 같이 구별합니다. 기계는 형태적인 차이는 가질지라도, 각 부분이 동종적인 물질로 이루어져있는 반면, 유기체는 각 부분이 이종적인 물질로 이루어져있어 다르다는 것이죠. 각 부분의 “이종성”이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할러는 이종성을 설명함으로써 이종성을 설명하지 않고, 결과의 차이를 통해 설명합니다. 유기체는 물질적인 상태는 똑같아도, 생명이 없어질 수 있는데, 바로 이 차이, 물질적인 상태는 변하지 않고서도 생명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이종성 때문이란 것이죠. 여기서 “생명이 없어질 수 있다”도 결과로 설명됩니다. 신체의 파괴에서 비롯되지 않는 죽음과, 죽음과 함께 시작.. 더보기
니체와 역사서술 요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논문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른 회복해야할 텐데, 나을 만하면 다시 아프고, 나을 만하면 다시 아픈...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볼 겸, 이래저래 적어 보았는데, 나름 선생님께서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이 있어 공유해봅니다. 니체에게 있어 왜 “역사”가 중요했는지, 그리고 역사를 중요시하는 그의 입장이 루소와 플라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니체는 자신의 작업들이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 자서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니체의 저작 중에서 “자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뿐이죠. 하지만 니체는 다르게 얘기합니다. 당연히도 자서전이 아니고, 자서전일 수 있도록 의도하고 쓴 책들이 아니지만, 돌이켜보니 그것들이 결국 .. 더보기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게으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굶어 죽게 내버려두어도 된다는 주장은 좀 너무한 주장입니다. 그런데 맬서스는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 심지어 더 너무한 주장을 했죠. 게으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서도 내버려두어도 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그런데 맬서스의 주장은 단순히 너무한 것을 넘어서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맬서스는 저 책을 단순히 개인적인 믿음을 밝히기 위해서 쓴 게 아니라, 특정 신앙 집단을 대변하기 위해 쓴 거였거든요. 그리스도교는 자선의 종교입니다.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하는 자선의 종교이죠. 그러니 당연히 그리스도교에서는 게으름과 상관없이 자선을 베풀 것을 가르쳤습니다. 설혹 신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자선의 의무를 벗어나는 경우들을 다루었을지라도, 그들은 그것을 가능할 수 있는 국소적인 .. 더보기
건축학과 도시계획 보충 (추가) 를 지시하기 위해 '보유補遺'라는 표현을 지켜왔지만, 저 책에 대한 나의 실망으로 그냥 일상적인 표현인 '보충'을 쓰기로 함. 이하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도시 속의 삶을 다루는 책을 몇 권 읽고 미독의 흥미를 끌 만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생각 중이던 다른 주제들이 제 독서와 화합하며 절 우울한 결론으로 이끌더군요. 절 낙담하게 만드는 주제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든, 도움을 주는 것이든 말이죠. 시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다루는 일에 대한 저의 회의에서 시작하고 싶군요. 사람들의 기대는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정말 말하고픈 것들 중 하나이죠. 기대, 신뢰, 약속, 책임. 하지만 모든 기대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일처럼, 허망.. 더보기
근대 철학에서의 감각이란 문제 제목이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올림. 근대가 시각 중심주의라는 식의 서술이 꽤나 히트를 쳤지만,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관련된 문헌들을 제대로 읽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조너선 크래리가 에서 정말 박살을 내주죠. 애초에 문헌 확인조차 하지 않을 때만 할 수 있는 소리거든요.(비슷한 걸로 근대가 수사학을 탄압했고, 이제 수사학을 부활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도 멍청하니까 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다만 근대에 감각이 어떤 의미에서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고, 이 사실은 자세히 설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근대에 감각이 중요해진 것은 감각이 중요하지 않게 되어서, 혹은 감각을 중요하지 않게 취급하려고 시도되어서입니다. 원래 감각은 각 기관의 고유.. 더보기
맥락이란 무엇인가? - 미독의 물음에 대한 답변 옛날에 나눈 대화. 관련하여 상기할 것이 있어 다시 찾아보고 올림. Q. 맥락이라는 걸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역사 연구의 방법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다보니, 또 제 조사를 뭐 이것저것 하다보니 해석의 타당성은 결국 맥락 설정에서 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럼 대체 맥락이란 건 어떻게 경험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되어서요. 우선 저는 맥락이란 게 특정 관찰이 다른 관찰에 반해 더 개연적으로 선택되게 만드는, 한편으로는 명시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암묵적인, 참조적 인덱스의 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성사적 방법을 가지고 얘기해보자면, 이건 작가가 참조하고 활용한 그 인덱스의 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작가는 결국 자기 작품의 첫번째 독자이기도 하잖아요 ㅎㅎ 그가.. 더보기
<도덕의 계보학>을 하나의 논박서로 해석하기 재미로 써 본 글. 니체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입장을 종합해본 것. 을 하나의 논박서로 해석하기 - 계보학 방법론의 학문론적 지위를 토대로 목차 1. 들어가면서 2. 자연주의적 접근 비판 3. 미학적 접근 비판 4. 니체와 역사학 5. 니체의 역사학 – 자연사 6. 자연사에서 계보학으로 7. 나오면서 1.들어가면서 니체 학계는 격변하고 있다. 1970년대에 뮐러-라이터는 니체의 역설에 대한 임시방편적 해석의 한계를 지적하고 일관적일 수 있는 니체 철학의 체계를 제시해야만 한다고 역설하였다. 1990년대에 존 리처드슨은 그의 기념비적 연구로 이에 응답하였다. 리처드슨의 해석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저작은 니체 연구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이정표로 여겨진다. 파편적으로 주장되는 니체의 다.. 더보기
아렌트와 철학 – 깊이 있는 철학, 그리고 철학적 실천 지난 글에 이어서 아렌트가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싶네요. 이를 위해 다르도와 라발을 좀 얘기하고, 이들의 작업과 비교하면서 아렌트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일단 다르도와 라발의 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계점이 많고, 이들을 제물로 아렌트를 설명하게 되겠지만, 이 책이 전제될 때에만 가능한 얘기들이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정상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고요. 다르도와 라발은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취해서는 안 되는 전략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입니다. 둘이 비판하는 대상은 여럿이지만, 아마도 아감벤과 네그리와 하트로 대표될 그런 좌파 정치사상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의 공통성은 이런 것이죠. 둘.. 더보기
아렌트와 철학 어떤 것이 “깊이 있는 철학”일 수 있는지에 대한 미독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 1. 얼마전 여자친구랑 논문 얘기하다가 한 얘기 비슷한 게 이런 겁니다. 미술사 전공 대학원생들의 문제는 논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도판만 잔뜩 가져오고 논리를 전개 못하는 것인데(여친한테 자주 말하는 문제점입니다. 단 하나의 도판을 가지고서도 논문을 쓸 수 있을 때에야 여러 도판을 이용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건데, 하나의 도판으로 아무 글도 못 쓰는 상태에서 도판들만 열거한다고요. 일단 분석이 가능해야 비교가 가능한 것이고, 비교가 될 때에야 도판을 여러 개 쓰는 게 유의미한데, 분석도 못하면서 도판을 여러개 가져오니까 사실상 입증은 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해줬습니다) 논점이 없는 이유는 맥락화를 안 .. 더보기
하버마스와 롤즈의 공통점들 하버마스와 롤즈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만 글을 썼었는데, 둘은 생각보다 비슷하며, 그 차이가 매우 미묘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사소한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졌다. 뭐 애초에 말이 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인 법이라 비슷한 답변을 내놓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가 정말로 독창적인 선택지를 취했다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독창적”이라기보다는 무의미한 헛짓일 가능성이 높다.(가능성이라고 말했지만, 필연적인 귀결이다.) 하여간 둘의 공통성을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둘 모두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규범으로서의 정치”이다. 규범으로서의 정치는 사회에 통일적인 질서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역량을 하버마스는 법을 매체로 “사회통합의 기능”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