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쪽글

유비/유추란 무엇이고 철학에서 왜 중요한가? 이 또한 편지 예전에 보낸 글을 다시 보니 제가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하군요;;; 당장 말이 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변명을 하기 위해서 새로 적어보았습니다. 에서 다루어진 의 사례와 거의 비슷해 보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귀납 설명에서 시작하고 싶네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규정되었으므로, 이제 문답을 통한 변증술적 논의(로고스)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를 구별해야만 한다. 하나는 귀납(에파고게)이고 다른 하는 추론(쉴로기스모스)이다. 추론이 무엇인지는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귀납은 개별자들로부터 보편자에 이르는 통로이다. 예를 들면 지식을 가진 키잡이가 최고의 키잡이라면 또 전차를 모는 사람이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해서 각각의 일에 대해 지식을 가진.. 더보기
루소의 역사서술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든 것 요즘 전 논문 수정을 위해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 한심하게도, 구체적인 본문 수정을 고민하지 않고 “역사성”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죠... 그러던 중 루소의 역사서술이 가진 진실성은 이런 것 아닌가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전문가이신 선생님께서 두들겨 패주시길 기대합니다...(어차피 논문에는 들어갈 일 없는...) 선생님께서 주목시켜주신 구절에서부터 생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에 등장하는, 인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에 대해 “나는 모른다”라고 루소가 말하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저 구절은 이상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바로 저 문제, 인간이 어떻게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를 루소 본인이 에서 다루고 .. 더보기
범-사회담론으로서의 미학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알레비의 , 누스바움의 에 대한 서평이기도 함 으로는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게 된 것들이 많아 다른 책으로 한번 다시 정리를 시도해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둘입니다. 하나는 알레비의 이고, 다른 하나는 누스바움의 입니다. 알레비의 책은 다음과 같이 당대 풍조를 비판하며 시작합니다. ‘공리주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좁은 의미의 도덕만을 떠올리지만, 공리주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죠. 알레비 시대는 지금보다 덜 타락한 시대기 때문에, 알레비는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들이라면” 공리주의로부터 ‘연상심리학’까지를 “연상”할 수 있겠지만, 공리주의로부터 개혁 법학을 떠올리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는, —오늘 날의 관점에서는 정말로 배부른 소리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하여간— 1900년의.. 더보기
'Aesthetics'라는 용어에 대해서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미학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들은 으레 그리스어 의미를 분석하곤 하는데... 그런 건 다 소용없습니다ㅋㅋ 진짜로 설명해야할 것은 저런 단어가 왜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등장했는지입니다. 이런 설명에서 “미학은 근대적인 것”이란 테제를 멍청하지 않게 활용할 수 있어야하고요. 당연히 고대에도 중세에도 감성의 작용을 설명하는 추상적인 담론은 있었습니다. 수준도 높았고, 학문론적으로 매우 중요했습니다.(이게 중요했다는 것을 모르는 애들은 걍 중세철학을 모르는 애들이에요. 프란치스코회의 학문론 전통 자체가 저런 감성적 근거에 기초해서 설립되었고, 이쪽은 비주류인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근대적인 미학 담론과 다를 뿐이죠. 그러니 근대적인 미학 담론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태동했고, 어.. 더보기
학문과 이데올로기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푸코에 대해서는 이제 불만은 없어졌고... 오히려 저랑 푸코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잘 밝히는 것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꽤나 좋은 비교항이 떠올라서 공유합니다. 저번에 제가 언급한 코르뱅의 “무명의 사람들” 연구는 푸코가 원조더라고요. 푸코는 그런 인물로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한 미치광이 피에르 리비에르를 내세웠고요. 그런데 전 저런 작업이랑은 정말 안 맞습니다. 푸코는 피에르의 글이 가진 아름다움을 얘기했다던데, 도대체 그런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런 걸 왜 굳이 연구를 통해 밝히는지 모르겠어요. 또한 푸코가 피에르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피에르 리비에르를 무명의 인물로 소멸시킨 권력 기관의 기록 덕분이었거든요. 이런 역설은 저는 절대로 감내하지 않을 역설입니다.(물론 푸.. 더보기
인류학적인 철학이란? 어제 올린 "역사학적인 철학이란?"에 대한 보충 어제 얘기한 것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추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뜬금없이 고백하자면, 전 요즘 역사책을 거의 안 읽고 있습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딱히 읽고 싶은 역사책이 안 보여서 그런 거일 겁니다. 다만 저 사소한 사실을 좀 과장해서 정당화하자면, 여태까지 제가 ‘역사’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고, 이제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어서 그런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역사학적 철학함”에서 이른바 “인류학적 철학함”으로 이행 중이라는 그렇고 그런 식의 헛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물론 요즘 인류학 책을 좀 읽었고, 지금 느끼기에는 전 “인류학적 철학함”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입니다) 저야 뭐 예나 지.. 더보기
역사학적인 철학이란? 언제나 그렇듯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에 리오타르가 예상 외로 역사적인 것 제가 얘기했습니다. 미독이 어떤 의미냐고 물으시며 랑시에르 언급하셨죠. 랑시에르를 비교항으로 얘기해달라고 요청하면서요. 그때 전 랑시에르는 역사를 많이 얘기하지만 그다지 역사적이지 않다고 얘기하며 비교의 어려움을 고백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말한 이유를 설명하려 합니다. 많은 경우 역사 속 사례를 언급하는 책들을 역사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설명의 편리함을 위해 역사 속 사례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역사적일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역사 활용은 설명을 위한 장식에 불과한 거거든요. 역사가 설명을 위해 부차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는 역사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설명을 위해 역사가 아니라 다른 걸 활용해도 차이가 없을 테니.. 더보기
역사에 대한 공포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제가 얼마 전에 역사학과의 투쟁에 대해서 언급했었는데, 그것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칼비노를 읽다가 재미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칼비노는 레몽 크노를 말하기 위해 전쟁 시기 프랑스에서 “헤겔”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얘기해줍니다. 우리에게 헤겔은 “역사철학”이고, “역사 발전의 법칙”, “역사의 진보”입니다. 하지만 전쟁 시기 “괄호쳐진”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헤겔은 역사 종말의 예언자였습니다. 헤겔은 역사의 종말을 예언했습니다. 하지만 헤겔은 그 역사의 종말 이후를 얘기한 적이 없죠. 그럼에도 전쟁 시기 프랑스 지식인들은 헤겔을 통해 역사의 종말 이후를 상상했습니다. 역사의 종말로 역사가 끝난다면, 필연성의 시대는 끝이 나고, 부정성(들)의 축제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더보기
석사논문을 발표하다 석사논문을 발표했다. 발표 중에 비문이 밟혀 부끄러웠는데, 막상 고치려니 너무 귀찮아서 수정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그냥 올리는 것도 의의가 있을 테니 양해를... 나의 논문은 니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창한다. 전통적으로 중요시된 "철학적" 개념들, "힘에의 의지"나 "영원회귀"는 나의 논문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이는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저런 철학적 개념들은 보조적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상", "역사학", "즐거운 학문", "불멸의 기념비"이다. 힘에의 의지는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필요조건을 구축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고, 영원회귀는 "즐거운 학문"의 직업윤리와 "불멸의 기념비"를 세우는 책임을 구축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발표문 작성 이후 한 선생님께 첨삭을 받았다. 그분.. 더보기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니체는 도덕과 함께 인류가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내딛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선사시대는 무엇인가? 모두가 알고 있다. 선사시대는 역사시대 이전의 시기를 의미한다: 인류가 출현하고, 역사시기에 진입하기 이전 시기를 ‘선사시대’라고 부른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선사시대라는 개념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에는 "시대"라는 자연적 마디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이 아니라 역사가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선사시대 또한 다른 시대들처럼 역사 속에서 시대로 규정되며 출현했다. 그런데 선사시대라는 개념은 놀랍게도 19세기 중반이 넘어서야 등장했다. 그리고 선사시대라는 개념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선사시대는 놀라운 개념이었고, 논쟁적인 개념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만 같은 “선사시대”라는 개념은 놀라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