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쪽글

스트래썬 인류학을 의미 있게 말하기 어제 스트래썬에 대해 얘기 나눈 게 참 좋았습니다. 나중에 까먹게 될까봐 이런 식으로 좀 정리해보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트래썬에게 있어 학문적으로 중요한 것은 2차 관찰로서의 인류학입니다. 하지만 스트래썬이 수행하는 2차 관찰로서의 인류학은 루만의 2차 관찰로서의 학문과는 느낌이 다르죠. 전 이런 차이가 스트래썬이 2차 관찰을 수행하는 조건과 동기가 루만과 달라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죠. 스트래썬이 멜라내시아의 증여/교환과 젠더의 관계를 문제로서 다루는 것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프랑스 인류학에서 특히 강조된 레비스트로스의 친족인류학 비판과 여성주의적 해석이 그것이죠. 해당 맥락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다음과 같이 해석되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여성”을 젠더로서 다루지 않습니다.. 더보기
"데카르트" 철학이란? 최근 데리다 철학을 소개(?)하는 강연을 하나 들었는데요, 그걸 듣다보니 좀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강연 내내 생각한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데카르트 철학’이란 것은 어떤 것일 수 있는가?” 데리다 강연에서 하필 데카르트가 생각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질문 자체는 연관 있긴 했습니다. 제가 강연을 들으며 빠져든 의문이 같은 물음이었거든요. “도대체 ‘데리다 철학’이란 것은 어떤 것일 수 있는 거지?” 제가 이러한 의문에 빠져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날 제가 들은 모든 데리다 철학은 제게 데리다 철학일 수 없었습니다. 그 강연에서 주장된 데리다 철학이 오류라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 날 들은 데리다 철학은 모두 제가 다른 철학자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철학이었기 때문이죠. 분명 .. 더보기
미학과 정치? (수정)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미학과 정치를 연결시키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정치의 미학, 미학적 정치 따위를 떠드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저런 걸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는 편협하고 단순해서 현실정치랑 별 연관이 없어요. 그냥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게다가 저들이 떠들고 다니는 미학이 무엇인지도 매우 불분명합니다. ‘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딱히 성찰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보통 저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숭상하는 작품을 가지고 모든 비판을 처리합니다. 이 작품에 자본주의 비판이 담겨 있다는 해석 하나만으로 모든 게 증명됩니다. 이 작품은 위대하고 현실은 불합리하고, 이 작품을 근거로 현실을 극복해야한다는 식.. 더보기
"자연vs문화"라는 이분법?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본인 연구의 테마로 삼습니다. 뭐 기본적인 주장은 뻔합니다. 자연은 하나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죠.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구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콜라의 작업에는 중요한 것이 있어요. 일단 데스콜라를 위해 변호해주자면,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데스콜라가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비교를 위해서는 차이점뿐만 아니라 공통점도 가져야만 하고, “주어진 자연”이 공통점으로 기능할 수도 있죠. 데스콜라가 비판하려는 것은 “주어진 자연”을 당연시 하는 작태입니다. “그들”과 “우리”를 비교하면서 자연이 똑같다고 전제하는데, 비교를 위한 공통 장소로서의 자연이 당연히도 “우리”의 자연과학적인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게.. 더보기
"생기론"의 귀환? 이른바 ‘생태주의’를 표방하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멍청이들은 이런 도식을 상식으로 여깁니다. 근대=과학지상주의=기계론=기술만능주의=자아중심주의=이기주의=자본주의=제국주의=환경파괴 그러니 이런 쪽에서는 베이컨과 뉴턴 이래 서구 자연관이 다 기계론적으로 바뀌어서 대충 “서구” “근대” “자본주의-제국주의”가 등장했고, 이런 자연관을 극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물론 저런 도식과 저런 해법은 너무나도 멍청한 것이라 평가할 가치가 없긴 합니다. 책임 회피와 지적 게으름을 통해 꾸며지는 “악마화”의 전형이거든요. 저런 나쁜 속성들을 모아둔 악의 짬통은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악의 짬통은 극복의 대상도 될 수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런 단순..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보론 - 회의와 확신이라는 테마의 적용 근대 철학 “시리즈”와는 좀 무관할 수 있는 얘기긴 한데... 그냥 썰풀고 싶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비코에 대한 글로 기획되었지만, 비코 철학에 대한 설명은 정작 없는 그런 글이 되었네요. 하여간 다 도움 되는 얘기니 들으십쇼. 일단 화두는 이러합니다. “회의와 확신”이라는 테마는 하나지만 하나가 아닙니다. 어떤 회의인지, 어떤 확신인지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런 테마 자체는 매우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근대 철학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철학을 “확신을 생산하는 기술”로 정의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정말?”이라고 물을 것 같아서 사례도 준비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확신을 제작하는 기술로 분석하는 것을 말이죠. “플라톤 철학=이데아론”이란 도식이 교과서적.. 더보기
정치신학으로서의 계보학 관련해서 뭔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저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되기도 했고, 저 책을 좀 급하게 후다닥 읽기도 해서 상세한 것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의 핵심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기도 한 문제를 제 마음대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는 구실에 불과할 수 있겠네요.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다른 얘기니까요. 사실 계보학을 말하고 싶거든요. 단지 를 통해서 말해질 수 있는 “정치신학”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계보학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정치신학으로 계보학을, 다시 말해 계보학을 일종의 정치신학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게 계보학의 “역사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죠. 일단 정치신학을 를 통해 소개하자면..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2. 데카르트 데카르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써가지고... 뭔가 얘기를 꺼내려니 벌써부터 좀 지겨운데ㅋㅋ 그래도 지금 하는 얘기는 처음 하는 얘기이긴 합니다. 어제 언급했듯이, 제가 사용하는 중심 테마는 “회의와 확신”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회의와 확신”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회의와 어떤 확신이냐입니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으니, 데카르트 시대의 한 사례를 비교항으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내세울 비교항은 예수회의 결의론casuistry입니다. 결의론은 다양한 경우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대체 이게 어떤 것이었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보통 지동설이 진리이니 지동설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심해야할 것은 지..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1. 일반론 어제 글에 이어서 0.일반론 자연종을 부정하고 물질 일반을 실체로 보는 것이 바로 근대 철학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게 저번 썰의 핵심이었죠. 저번에 전 저런 관점의 등장만을 다뤘는데, 이에 따른 귀결을 다루고 싶네요. 그래야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거든요. 일단 저 관점을 일반적으로 풀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핵심은 등질성입니다. 물질이란 것을 등질적인 단일계로 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퀴나스에게서도 자연계는 단일계입니다. 제일질료를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세계이니까요. 아퀴나스는 그럼에도 자연종 중심으로 세계를 보았고, 그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마땅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따른 것이.. 더보기
근대 철학 쪽글 - 0. 화두 던지기 요청으로 쓰게 된 글 근대 철학을 스콜라 전통의 개념들을 뒤집은 것으로서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실체”일 테니, 실체를 중심으로 얘기해보죠. 일단 수의 차이로 시작하고 싶네요. 근대 철학에서는 실체가 몇 개인가요? 데카르트의 경우 둘이겠죠.(셋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스피노자의 경우 하나일 겁니다. 근대 철학에서 실체는 하나일 수도, 둘일 수도, 셋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스콜라 전통과 비교할 때는 말이죠. 그렇다면 스콜라 전통에서는 실체가 몇 개인가요? 답은 간단합니다. 여러 개. 스콜라 전통에서 실체는 일단 자연종들입니다. 구체적인 개별자들에 해당될 질료-형상 복합물을 가능케 하는 담지자로서의 자연종들이 실체입니다. 때문에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