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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 대하여 옛날 컴퓨터에서 발견한 자료. 언제 왜 적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음. 샘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을 필요도 없지만... 얘기할 사람이 없어 그냥 공유해봅니다ㅋㅋ 샘이 저에게 알려주셨던 지식, 프랑스어에서는 의식과 양심이 같은 단어에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긴 합니다. 최근 충훈 샘 논문을 보다가, 충훈 샘이 루소의 “양심의 목소리”를 “의식의 목소리”로 일관되게 번역하시는 걸 보면서 이래저래 든 생각들이기도 하고요. 무튼 저의 물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의식은 도대체 뭐지?” 현대 철학에서 의식은 보통 감각질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감각질은 빨강 같은 감각의 질적 특성을 가리키는 단어이고요.(단어 자체도 qualia입니다) 그니까 현대 철학에서 의식은 감각.. 더보기
콰인과 외연주의 콰인이 , , 등에서 표방하는 철학과 콰인의 외연주의가 어떤 관계인지를 전 문제 삼고 있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콰인의 외연주의가 저런 철학적 입장과 독립적인,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콰인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제가 이해하기로도 그렇지 않습니다. 콰인이 외연주의를 따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콰인의 철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분석이 다른 개별 과학들과 구별되는 영역에 속하면서도, 개별 과학들의 언어 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보편성이 확보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콰인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 보편성을 가진 형식 체계를 채택해만 했습니다. 문제는 형식 체계의 미결정성(뢰벤하임-스콜렘 정리에 따른)에 의해 보편성을 담지해줄 형식 체계를 주장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콰인은 이 문제를 .. 더보기
연구 대상에 관련한 쪽글 (2): 메타화용론적 자아담론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다음 글을 쓰네요... 근대 시기에 생산된 담론 중 소설과 자기계발서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한 첫 번째 쪽글의 언급에 대한 보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과 자기계발서는 ‘윤리적 담론’이라고 불릴만합니다. 그러한 글들이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특정한 종류의 삶(‘삶의 형식’Lebensform이라고 불릴 만한)을 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저런 글들은 독자들은 특정한 종류의 (윤리적이든, 도덕적이든, 과학적이든) 주체로 형성시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저런 글들이 저런 효과를 산출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저런 글들이 어떻게 저런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지여야 합니다. 글을 읽는 것이 어떻게 저런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 더보기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보충 사이토에겐 맑스의 물질대사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질대사가 사이토 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죠.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를 들고 싶군요. 사이토는 3장에서 미하엘 하인리히의 해석을 비판합니다. 그런데 전 사이토의 비판이 좀 과도하다 생각했어요. 미하엘 하인리히가 을 독해할 때, 맑스의 자본 분석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사이토가 비판하거든요. 사이토의 해석에 따르면, 맑스는 자본을 역사적이지 않고, 사회적이진 않은 것으로서도 분석하고, 이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인리히가 틀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본 분석은 어차피 근대 체제에서 중요해진 것이고, 자본주의 자체는 역사적-사회적 산물로 분석되는 게 맞거든요. 이런 역사성과 사회성 배후에 사이토가 강조하는 이면이 있는 것을 받아들일지라도,.. 더보기
연구 대상 관련한 쪽글 (1): 프랑코 모레티에 반하며 적절한 의문을 제기해주셨군요. 안 그래도 제가 준비하는 후속 글에서 이를 다루려고 했습니다. 저번 글이 마무리된 지점에서부터 어떻게 나아갈지 잘 모르겠어서, 제 마음대로 한 사람을 붙잡고 비판하는 방식으로 재출발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제 제물이 될 사람은 모레티입니다. 그리고 모레티와 제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저는 지금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간단하죠: "사회학적인 문학 연구는 사회학보다 지루할 뿐만 아니라 해롭기까지 하다." 전 최근 모레티의 『세상의 이치』를 다시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지나가면서 얘기했듯이, 전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좀 충격 받았습니다. 전 『세상의 이치』와 『근대의 서사시』로 대표될 수 있을 모레티의 초기 저작들은 좋아하지만, 『멀리서 읽기』와 『그래프.. 더보기
연구 대상 관련한 쪽글 최근 페어 관련해서 이래저래 떠들었죠, 전 페어의 출구로 다다르기 위해서라도 일루즈가 한 것과 같은 종류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전 일루즈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 자체를 이론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그게 어떤 것인지를 말하고 싶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삶의 형식”과 “미적 풍토”의 상호작용입니다. 문제는 저것(들)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겠죠. 일단 일루즈의 작업에 대한 제 언급을 재기술하자면 이러합니다. 일루즈는 사람들의 소비에 주목합니다. 사람들의 소비에 주목한다고 해서 일루즈가 그런 소비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루즈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죠. 일루즈에게 중요한 것은 소비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소비의 방식입니다. 다만 이러.. 더보기
페어의 <피투자자의 시간> 후일담 네네 말씀해주신 의도로 작성한 게 맞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난보다는 해당 작업을 통해서만 관찰 가능한 현상들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미독의 반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페어는 애초에 주체화 가능성은 따지려하지 않았고, 특정한 영역에 대해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게 저술 목표였을 테니 제 비판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페어에게 중요한 것, 그리고 그의 저작에서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투기가 가능하다”라는 통찰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아마도 제가 페어 책을 너무 진지하게, 정치철학서로 읽어서 생긴 문제인 거 같아요. 언급하신 것처럼 저의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도 묘하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글의 취지는 페어의 저런 구호 만들기에 동의한 채로, 그런 구호를 외치기.. 더보기
페어의 <피투자자의 시간> 보충 페어에 대한 제 비판은 사실 대안을 염두에 두고 제기한 거였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제 비판이 그 자체로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이론적 일관성의 문제니까요. 이론적 일관성을 지적하며 다른 층위의 출구전략을 언급하긴 했지만, 페어의 제안을 부정하거나 깎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접근 방향 자체는 완벽히 동의하거든요. 게다가 페어가 유의미한 정치 영역을 가리킨 것은 현상황에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했듯이, 금융을 정치 문제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지 않고, 이에 회의적인 지식인/정치가도 많거든요. 다만 페어에게 좀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페어 책에서 감격한 부분은 현실에 충실하려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제사적 흐름 속에서 문제를 진단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거기에서 우울을 극복할 실천 영역.. 더보기
구마 겐고 건축 비판 정확히 무슨 맥락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구마 겐고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얼마 전(저에게는 이미 오래전이지만...) 읽기도 했고 나름 재밌는 책이거든요. 이 그것입니다. 전 이 책 제목을 보고 칸딘스키의 동명의 저작을 떠올렸는데, 우연이 아니더군요. 일본 저자답게 근거 없는 사상사 놀음을 하고 있고, 뜬금없이 양자역학을 들먹거리는 등 병신 같은 짓을 많이 하지만, 책 자체는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고, 이걸 중심으로 얘기를 전개해나가겠지만요. 일단 이 사람의 건축 이념은 지는 건축, 약한 건축입니다. ‘지는’, ‘약한’이란 부정적인 술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도적인 전략입니다. 구마 겐고에 따르면 근대 건축은 이기는 건축, 강한 건축을 지향했.. 더보기
확률형 아이템의 효능에 대하여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에 확률형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좀 생각해보니 흥미로운 면들이 보이더라고요... 생각난 것들을 좀 정리해보았습니다. 일단 게임의 재화 분배 원리들을 좀 열거해보겠습니다. 아마도 피지컬, 시간, 돈, 운 이렇게 네 가지일 겁니다. 이 네 가지 재화 분배 원리는 그 자체로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필연성과 정당성이 그 자체로 확보되는 건 아니거든요. 예컨대 돈이 그렇죠. 지금이야 캐시 아이템에 스탯이 달려 있는 게 당연해졌지만, 김실장이 강조하듯 스탯 달린 캐시 아이템은 도입 초창기에는 엄청나게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개인 간의 거래도 있었지만, 일종의 치팅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고요.(얼마나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