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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와 철학 – 깊이 있는 철학, 그리고 철학적 실천 지난 글에 이어서 아렌트가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싶네요. 이를 위해 다르도와 라발을 좀 얘기하고, 이들의 작업과 비교하면서 아렌트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일단 다르도와 라발의 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계점이 많고, 이들을 제물로 아렌트를 설명하게 되겠지만, 이 책이 전제될 때에만 가능한 얘기들이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정상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고요. 다르도와 라발은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취해서는 안 되는 전략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입니다. 둘이 비판하는 대상은 여럿이지만, 아마도 아감벤과 네그리와 하트로 대표될 그런 좌파 정치사상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의 공통성은 이런 것이죠. 둘.. 더보기
아렌트와 철학 어떤 것이 “깊이 있는 철학”일 수 있는지에 대한 미독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 1. 얼마전 여자친구랑 논문 얘기하다가 한 얘기 비슷한 게 이런 겁니다. 미술사 전공 대학원생들의 문제는 논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도판만 잔뜩 가져오고 논리를 전개 못하는 것인데(여친한테 자주 말하는 문제점입니다. 단 하나의 도판을 가지고서도 논문을 쓸 수 있을 때에야 여러 도판을 이용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건데, 하나의 도판으로 아무 글도 못 쓰는 상태에서 도판들만 열거한다고요. 일단 분석이 가능해야 비교가 가능한 것이고, 비교가 될 때에야 도판을 여러 개 쓰는 게 유의미한데, 분석도 못하면서 도판을 여러개 가져오니까 사실상 입증은 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해줬습니다) 논점이 없는 이유는 맥락화를 안 .. 더보기
하버마스와 롤즈의 공통점들 하버마스와 롤즈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만 글을 썼었는데, 둘은 생각보다 비슷하며, 그 차이가 매우 미묘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사소한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졌다. 뭐 애초에 말이 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인 법이라 비슷한 답변을 내놓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가 정말로 독창적인 선택지를 취했다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독창적”이라기보다는 무의미한 헛짓일 가능성이 높다.(가능성이라고 말했지만, 필연적인 귀결이다.) 하여간 둘의 공통성을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둘 모두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규범으로서의 정치”이다. 규범으로서의 정치는 사회에 통일적인 질서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역량을 하버마스는 법을 매체로 “사회통합의 기능”으로 .. 더보기
<사실성과 타당성> - 롤즈와의 비교 하버마스는 사회철학을 추구한다. 하지만 하버마스가 사회철학에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회철학을 내재화한 정치철학을 추구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분명 하버마스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은 정치철학 저서이기도 하다. 이는 와 마찬가지로 정치의 영역을 구축하며, 정치에 의거한 규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사실, 하버마스가 정치철학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의 근본적인 목적은 “규범으로서의 정치”라는 이상에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를 밝히도록 하겠다. 에 대한 잡설에서부터 시작하자. 이 책을 본 첫 인상은 이랬다. “도대체 반박이란 것을 할 수 없는 책이다!” 은 대단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지금도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버마스의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나의 평가가 어떤.. 더보기
<정치적 자유주의> 정리 – 하버마스와의 비교 이전 글에 대한 후속 하버마스의 을 다시 읽는 중인데, 그러다보니 롤즈를 비판한 부분이 이제 좀 보이더라고요. 관련하여 정리해봤습니다. 일단 하버마스의 롤즈 비판은 합리적입니다. 적어도 하버마스는 로티 식의 비판, 롤즈가 미국의 정치현실에 대한 미국인들의 상상적 자아를 이상화하였다는 식의 비판은 합당하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하버마스 본인이 로티 식의 비판을 직접 언급하며, 이는 롤즈의 구별들을 무시하거나 혼동할 때에나 가능한 비판(오독이냐 왜곡이냐, 능력의 부족이냐 양심의 부족이냐의...ㅋㅋㅋ)이라고 일축합니다. 하버마스는 롤즈가 그런 입장이 아니라고 대변해주면서도, 문제적이라고 평가합니다. 하버마스의 저런 옹호/비판에서 하버마스가 매우 헤겔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재미나게도 롤즈 또한 그걸 지적하더군.. 더보기
롤즈 <정치적 자유주의> 정리 버전1 저번에 얘기한 것처럼 롤즈는 좀… 철학적 역량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본인이 정말로 해야할 얘기와 할 필요 없는 얘기를 섞어서 하거든요. 그러니 그런 필요 없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비판을 받는… 그런 일이 반복되는 거죠. 아니 도대체 정치적 자유주의라는 이상을 구축하는 책에서 “정의로운 저축” 따위를 옹호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을 결합하는 것은 중요한데, 이론과 실천의 교역지점과, 본인의 꼰대성 발현 지점을 좀 구별하지 못해서 생기는 참담한 현장이 많습니다. 게다가 롤즈는 명민한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개념 구별이 필요할 때마다 형용사를 덕지덕지 붙여 개념어를 분화시킵니다. 덕지덕지 수식어가 붙은 이상한 단어들은 해당 구별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등장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 더보기
<인셉션>과 칸트의 이성철학 “현실성”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최근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현실성”, “현실감”을 운운하는 것들이 많다. 하여간 그런 것을 의식하고 있던 찰나, 칸트의 이성철학을 광기랑 엮는 책을 보게 되었고, 그게 비판거리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영화 이 떠올랐다. 둘을 엮는 썰이 떠올라 한번 적어보았다. 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는 모호하게 그려진다. 꿈도 현실처럼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환상적으로, 정말로 꿈과 현실을 다르게 그려낸 나 과 다른 지점도 이것이다. 물론 에서도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도시가 접힌다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나 과 같이 규칙성이 없는 꿈의 세계와 비교해볼 때, 의 세계는 규칙성이 확고하다. 환상적인 꿈의 세계 또한 규칙성을 기반으로, 구상된 것이란 얘기다. 그.. 더보기
인공지능과 정치철학 - 사물정치 비판 에 남길 코멘트였는데, 생각을 전개하다보니 독립적인 주제가 되었다. 에서 지적되듯 현대 심리철학은 인공지능이나 정보사회 분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원래 저 분야를 전공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뭐 내 전공은 심성내용이라 언어철학과 심리철학과 형이상학과 참이론의 가운데에 있는 주제였지만 하여간 그렇다) 저자는 또한 인공지능의 역사를 다루는 표준적인 저작들이 상징논리 중심으로 그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 또한 비판한다. 하지만 저자가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역사 서술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다들 그렇듯이 저자 또한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 튜링 등을 가지고 인공지능의 역사를 서술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 즉 상징논리 중심의 인공지능의 역사가 아니라, 연결주의의 기원을 밝히는 인공.. 더보기
근대 자연법 K샘에게 보내는 카톡 근대 자연법 자연과 역사의 교차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연법 개념의 변화를 참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몇몇 현대적인 오해를 명시하여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이를 먼저 언급하겠습니다. (1) (1) 사실과 당위의 구별... 요즘에는 사실과 당위의 구별을 맹종하거나, 이를 부정하기만 하는 것 같은데... 이 구별의 등장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했고, 17세기에 특히 중요했습니다. 현대의 구도는 이러합니다. 사실과 당위를 엄격하게 구별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도덕적인 것을 논리학의 명제처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논리학의 명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가능한 명제 체계는 무한히 많고, 그 중에.. 더보기
자연사 정리 A샘에게 보내는 카톡 자연사 정리 18세기 자연사 흐름이 이제 대충 정리가 되네요.(아직 뷔퐁은 감이 안 오네요...) 정리하자면 이러합니다. 일단 린네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린네의 분류법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러한 성공은 학문적 상징이 됩니다. 19세기에도 린네 분류법에 비유하며 자신의 작업을 정당화하는 언어가 있었을 정도였죠.(심지어 퍼스도 이런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푸코는 린네 분류이 19세기 학문의 모범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린네의 성공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이명 분류 체계 어쩌구 하면서 그게 혁신이었고, 그 덕분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성공적인 분류를 성공시켰기 때문인 것이지 새로운 방법론이 중요했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