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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후지하라 다쓰시 – 분해의 철학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도 재밌네요. 학술서 느낌의 책은 아닙니다. 매우 가벼운 책이고, 그렇게 심도 깊은 책도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꽤나 인상적인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자의 감각이 훌륭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게 있어요. 추천하기 위해 사용하고 싶은 미끼도 있습니다. 6장 의 4절 제목이 “유지 보수와 애착”이란 사실이 그것이죠.(물론 논문에 도움이 될 것은 전혀 없을 겁니다ㅋㅋ) 이 사람의 훌륭한 감각은 역사적 감각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자는 역사학자로서의 정체성이 매우 강하고(전 이 양반이 역사학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왜 역사학자로 생각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공도 역사학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저런 자기 이해에 걸맞게 역사적 감각이 훌륭합니다. 예컨대 .. 더보기
앤드루 페트그리 <루터, 브랜드가 되다>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전 요즘 공부가 잘 안 되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ㅋㅋ 뭔가를 좀 많이 읽기는 했는데, 남은 게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얼마 전에 공유한 앤드루 페트그리의 는 재밌게 읽었고, 이래저래 공유하고 픈 얘기들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이 책 엄청 재밌습니다. 제가 읽은 여러 루터 전기 중 가장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사학자의 저작이고, 당연히도 페트그리의 전문 분야인 매체사적 관심이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과 무관하게 그냥 재밌는 전기입니다. 페트그리의 연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저자가 역사학자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책이 제공하는 재미는 저자가 루터에 접근하는 방향 덕분일 겁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루터를 .. 더보기
제임스 재스퍼, <저항은 예술이다>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은 주된 논지를 요약할 수 없는 책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양반은 대가 그 자체이고, 넘사벽의 연구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요약하면 중요한 것을 너무 많이 잃게 됩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필요 없는 얘기가 없어요. 매우 밀도 높게 정보값이 높은 정보들을 전달해주고 있어서 직접 읽어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 것이죠. 이 양반이 언급하는 연구 프레임 중에 “정치적 기회구조”란 게 있습니다. 정치적 실천은 당연히도 특정한 기회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고, 이런 기회들을 제공하는 환경 및 제도를 구체화하는 작업에서 제시한 개념이 “정치적 기회구조”입니다. 이런 개념을 소개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게다가 제임스 재스퍼는 이 개념을 처음 제안한 학자의 연구와 그 연.. 더보기
미하엘 슈톨라이스 – <독일 공법의 역사> 이것도 카톡 복붙 제 기억으로는 M 샘이 이 양반을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양반은 18세기 후반 철학 문헌들에서 다뤄지는 “국가이성”, “법과 도덕”에 대해 박사논문을 썼는데, 아마도 이 작업 덕분에 18세기 연구자들에게도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번역된 책은 세부적인 부분들을 거의 스킵하고 있어서, 아쉽지만 연구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도 교양 입문서로는 훌륭한 듯한데... 문제는 번역입니다. 이 책은 축약본이고, 그래서 많은 내용이 매우 압축적으로 짧은 문장으로 서술되는데, 번역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문장들의 양상, 늬앙스가 많이 뭉개지고 있다... 이런 얘기입니다. 사실 번역 수준 자체는 수준미달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책 특성 때문에 문제가 좀 심각해진 경우 같습.. 더보기
존 라이크먼 - <미셸 푸코, 철학의 자유> "다케다 히로나리 – " 보충 이 책도 참 괜찮네요. 은 좀 뻔한 단점이 있습니다. 다케다가 젊은 학자다보니 좀 뻔한 한계가 있어요... 다케다가 제공하는 정보들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배열에 있어 밀도 있는 체계가 없고, 몇몇 항목은 너무 간략합니다. 관련된 사실들과 관련된 철학적 쟁점들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이야 그걸로 충분하겠지만,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불친절할 수 있습니다.(뭐 대충 뭔 소린지 알고 넘어가면 되니 문제는 없지만요) 다만 저런 “불충분함”은 좀 더 상세한 분석을 원하는 전문적인 독자들에게도 안 좋게 보일 겁니다. 다케다의 책을 참고해서 자신의 철학을 심화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단 얘깁니다. 라이크먼의 책이 이런 한계를 보충해줄 수 있을 듯합니다. 라이크먼은 좀 더 전문적인 느.. 더보기
다케다 히로나리 – <푸코의 미학>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에 이 책을 추천했었는데, 소개하자면 이러합니다. 예전에 한번 푸코는 모순을 범하면서도 자신의 모순을 고찰하지 않는다고 제가 비판하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푸코는 누가 봐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철학을 수행하면서도, 레비스트로스의 “인간의 죽음”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로 제가 비판했었죠. 이 책을 보면서 푸코에 대한 저의 적개심이 꽤나 달래졌습니다. 제가 납득할 수 있을 푸코의 일관성을 이 책이 제공해줬으니까요. 다만 이 책의 저자는 푸코가 모순을 범하고 있지 않다, 푸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한 일관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푸코의 일관성”을 다른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푸코에게 있어 철학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활동이었고, 푸코.. 더보기
카스트루 –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혹은 논문?)은 참 좋군요. 이 책은 과 다릅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네요. 얼마 전에 푸코를 비판하면서, 푸코에게는 지키고 싶은 “빛나는 것”이 없어서 공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지키고 싶은 “빛나는 것”이 명확합니다. 아마존 민족지가 그것이죠. 이 사람들도 참 미친놈들입니다. 전쟁과 식인에 미쳐 있거든요. 하지만 너무나도 설득력 있는 삶의 방식을 성취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저짓거리를 하는 것은 그들이 탐욕스러워서도, 분노에 가득 차 있어서도 아닙니다. 전쟁을 한다고 해서 땅이 넓어지는 것도 아니고(사실 땅이 넓어져서 좋을 것도 없습니다), 전리품을 얻는 것도 아니거든요. 탐욕은 전쟁의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복수가 목적일까요? 물론 복수가 명분이긴 합니.. 더보기
푸코 - <담론의 질서>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 아침에 푸코의 를 읽었는데,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에서 푸코는 자기가 정상인이라는 것을 열심히 어필합니다. 뭐 어찌보면 카르납의 의 한 구절 “철학에서도 우리는 ‘정서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서적 욕구는 개념의 명확성, 방법의 결벽성, 테제의 책임성, 그리고 개인이 참여하는 협력을 통한 성취를 향한다.”로 퉁쳐질 수 있을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습니다. 일단 푸코의 저 책은 콜레주 드 프랑스 취임강연이고, 당연히도 헌사(찬가;eloge)입니다. 책 말미에 직접 이를 밝힙니다. 이 책은 장 이폴리트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고, 푸코는 그를 계승하면서도 대체하고 있습니다. 푸코는 이폴리트의 헤겔 철학이 무엇이었고,.. 더보기
샹뱌오 –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 이하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 추천합니다.(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추천하지 않는 책입니다) 샹뱌오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책도 알차고요. 하지만 저에게 지금 필요한 책은 아닙니다. 미독에게 필요할 책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샹바오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샹뱌오가 20년 후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20년 후에는 대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답변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학부생 시절의 저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시절에 제가 느끼던 초조함에 대해 응답할 수 있을 책일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초조함은 그 시절 제가 느끼던 초조함과는 다른 초조함입니다. 샹뱌오가 지금 느끼는 초조함과 비.. 더보기
필립 라쿠-라바르트, 장-뤽 낭시 - <무대> 두 사람이 교양을 지키면서도 이를 악물고 싸우는 걸 볼 수 있는 꽤나 흥미로운 글이다. 또한 대화(?)에 깊이가 있다. “무대”는 모티프에 불과하다. 여기서—이 또한 “무대”를 연상시키는 표현인데— 논의되고 있는 무대는 연극 무대로 국한될 수 없다. 물론 라쿠-라바르트는 연극 무대로 국한시키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이 논의의 주요 논쟁거리이기에 국한될 수가 없다. 이것저것 얘기되는 것이 많지만 그 모든 것이 동형적이기에 하나의 키워드로 감축해낼 수 있을 듯하다. 바로 ‘figure’다. 여기서 figure는 독일 철학, 특히 칸트 철학에서 Schema에 해당되는 단어이다. 낭시가 Urteil를 가져오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신칸트주의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Schema 논쟁에서 핵심은 결국 “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