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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랑코 벤투리의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서론에 대한 단상: 철학사를 위한 변명 프랑코 벤투리의 서론에 대한 단상: 철학사를 위한 변명 , 특히 이 책의 서론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어 글을 남긴다. 의 저자 벤투리는 지성사 연구자로, 이 책 또한 지성사 연구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비록 이 책은 강연록으로 본격적인 연구서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이 책의 본문 또한 흥미롭지만, 서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맥락을 정리해주기에 서론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서론은 지성사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알려주는 매우 짧고도 중요한 글이라 할 수 있다. 벤투리는 철학사와 사회사의 연구물들에 매우 신랄하면서도 집약적인 코멘트를 남기면서, 철학사와 사회사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성사가 왜 필요한지를 언급한다. 벤투리의 코멘.. 더보기
구술성과 문자성, 매체혁명 최근 어느 강연에 갔다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대조하는 것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연에서 헤블록의 논의를 다루지만, 이를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의 예로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연자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헤블록의 논의가 고대철학의 논의에서 그다지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헤블록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고대철학자들은 헤블록의 연구성과를 칭송함과 동시에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참조하진 않는다)헤블록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대립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고 말할 때, 이는 말과 글을 대립시키는 것과 상관없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혹은 구술성과 문자성의 대립은, 말과 글을 .. 더보기
에코 "중세의 미학" 에코의 "중세의 미학"을 읽었다. 정확히 어떤 동기로 빌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의외로 엄청난 수확을 했다.다만, 책이 굉장히 얇은 거에 비해서 잘 안 읽히고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생 좀 했다.애초에 이 책 자체가 입문-교양서로 쓰였던 게 아니다보니(자세한 사정은 출간을 하며 붙인 에코의 서문에 나온다. 여기서 서양 학자들이 연구서에서 라틴어와 불어를 번역하지 않고 인용하는 풍습이 있음을 문자적으로 확인했다... 연구서에서는 원래 번역하지 않고 인용한다고 한다. 뭐 이제는 번역 없이 인용하는 책을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지만...) 약간의 고생은 감수해야한다. 책 자체는 얇지만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끝내기 때문에 양은 많다. 각각을 요약할 생각은 없고 읽다가 들었던 생각만 요약하.. 더보기
도덕의 계보학에서 비극의 탄생으로 도덕의 계보학을 보고 난 후 습관처럼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덕의 계보학을 읽는 일이 끝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덕의 계보학은 웃음을 유발하는 즐거운 유희거리이긴 했지만,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덕분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그 페이지는 나에게 있어 마지막일 수 없었고, 니체의 다른 책인 비극의 탄생에 손이 갔다. 비극의 탄생의 서문, 자기비판의 시도를 읽던 중 한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도덕의 계보학에서는 꾸준하게 생리학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니체의 생리학은 어떨 때는 최신의 것처럼, 어떨 때는 아득한 옛날의 것처럼 진술한다.진화론과 체액론이 19세기에는 멀지 않은 조합이긴 했지만(어떤 이는 진화를 가능케하는 '유전자'를 체액에서 찾기도 했다), 니체의 최신의 것과 옛날의 것의 결합이 당대.. 더보기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일반의지 2.0 아즈마 히로키 본인이 "이 책(일반의지 2.0)은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후속작"이라고 말하기에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또한 읽어보았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은 고등학생 시절 오타쿠와 서브컬펴 문화에 관심이 있을 때 한번 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다만 그 때는 지금처럼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보니 새로운 내용이 많이 보였으며, 꽤나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중심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새로운 문화(애니메이션 혹은 오타쿠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는 과거와 달리 그것의 가치를 결정해주는 거대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거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거대담론이란 표현으로 말하는 것으로, 일종의 이데올로.. 더보기
흑사병의 귀환 서양 중세사 시간에 언급된 책이라 읽게 되었다.내가 기대했던 것은 중세의 흑사병으로 인한 영향을 다루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한 내용은 아니었다.사실 내가 기대한 분야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부분이고 부분적으로 박흥식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분야이다. 아마도 교수님의 흑사병에 대한 연구 논문의 참고문헌을 확인해보면 좋은 문헌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흑사병의 귀환이라는 책 자체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흑사병의 귀환이 주장하는 내용은 굉장히 단순하다."흑사병은 페스트가 아니다." 저자들에 따르면(그리고 나의 지식에 비추어보았을 때) 중세의 흑사병을 페스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사실상 본 책의 저자 말고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나는 박흥식 교수님말고 이러한 주장.. 더보기
리처드 니스벳 - 인텔리전스 오랫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최근들어 가벼운 인지능력 저하를 느껴 정말 이러다가 읽은 책도 기억 못하게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서평을 쓰게 됐다. 리처드 니스벳 책 이전에 읽은 좋은 책들도 많았지만, 철학책에 대해 글을 남기려니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이 책을 먼저 쓴다. 리처드 니스벳은 선천적 지능론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있다. 예컨대 '지능의 사생활'처럼 지능을 선천적인 것으로 다루며 그들의 차이가 유전적인 것에 기반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니스벳이 지적하듯 최근 심리학자들은 (학업성취의 영역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겠지만) 지능에 대해서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며 이는 유전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능관은 결국 우리의 학업성취나 사회적 성공 등이 지능과 .. 더보기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 김경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한 게 많다보니 정리가 안 된다. 일단 생각나는 것만 적고 중간중간에 추가할 예정이다. 서평을 써야만 했다면, 몇 번 더 읽어보고 형식을 갖고 쓰겠지만, 가볍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적도록 하겠다. 책을 읽기 전까지 제목을 못 외웠었다. 이때까지 사회학을 배운적이 없기 때문에 제목의 표현들은 모두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전문적으로 보이는 제목과 달리 어렵지 않으며, 경험적인 진술들로 서술되고 있어서 읽기 어렵지 않다. 먼저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우리는 항상 지식인들에게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 시사점을 제공하길 요청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경만은 단순히 이론-실천의 단절만.. 더보기
읽지않은 책 서평쓰기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 책소개가 있었는데, 댓글로 달려다 너무 공격적인 거 같아 블로그에 적는다. 다음은 내가 본 책소개이다.『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는 현대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을 비판하는 본격 정치교양서이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철학적 방법론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예시들 뒤에 숨겨진 주장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독자들은 정의론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샌델이 실제로는 정의의 ‘한계’를 주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에게서 뚜렷한 정의론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논리에 기반한 이성적인 문장은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는 마이클 샌델의 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의 구성을 따라가면.. 더보기
독서일기 한동안 잉여짓만하다 막판 스퍼트로 몇 권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본다. 지배받는 지배자별로 도움이 안 되는 책이었다. 미국 학위자가 '트랜스네셔널'한 관계로 한국에서 위치한다는 주장은 백번 더 동의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한국의 체제상의 문제와 담론 형성의 어려움을 파고들며, 인구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활발한 비평 및 담론생산이 가능한가의 문제로 이행되어야 하는데, 계속 그 자리를 맴도는 연구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연구자체는 굉장히 질적-양적으로 우월하였지만, 그렇다고 연구 내용이 좋지는 않았다. 진격의 대학교오찬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20대의 입장에서 20대의 관점을 최대한 견지한 저작이지만, 전작에 비해 훨씬 더 에세이적 경향이 강해졌다. 연구라기보다는 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