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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 클로트, <선사 예술 이야기> 번역 직후 바로 읽고 쓴 코멘트. 늦게나마 올린다.  …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스럽더군요.일단 이 책 자체가 가진 장점이 있기 합니다.선사시대의 동굴벽화가 “예술”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거든요.저런 동굴 벽화들의 유의미성을 축소하는 해석들의 결점들을 정말 잘 보여줍니다.자의적으로 그렸을 것이라거나, 능력의 부재 때문에 저렇게 그렸을 것이라거나, 우연적인 요인(우발적인 천재성, 광기, 장애에 의한 효과)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그런 식의 해석들을 모두 격퇴시킵니다.구체적인 제작 방식들을 연구해보면 저런 말이 안 나온다는 거죠.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을 요소들을 잘 제시해주고 있고, 임의성이나 불완전성으로 해석될 말한 특징들을 양식적 일관성으로 재구성해냅니다.다만 저런 재구성이 일관적.. 더보기
제이미 크라이너, <집중력 설계자들> 요즘(‘요즘’이라고 하지만, 근 몇 년간) 지쳐서인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방학이 되었다.그래도 읽은 것들이,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이 있다.그저 잡다한 기억들을 붙잡고 싶어서 기록한다기보다는, 실제로도 중요할 만한 것들이라 기록해둔다.먼저 기록하는 것은 가장 최근에 읽은 이다. 제목만 봐서는 자기계발서 같고, 그래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책이었다. 집중력 문제를 다루는 최신호를 읽다가 이 책이 초기 중세 수도사들의 영성생활을 다루는 역사책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읽게 되었다.일단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인스피아에서 이 책을 다룬 이유, 혹은 이 책이 쓰여진 이유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집중력”은 나에게도 중요한.. 더보기
<망설이는 사랑> 조지가 군대 가기 직전에 보낸 편지 좀 더 고민해서 쓰려고 했는데, 조지가 떠날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아 일단 적어봅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했을 때, 조지는 이 책이 아이돌 팬덤에 대한 책이라 흥미를 느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이 책이 아이돌 팬덤에 대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도 아이돌 팬덤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은 아니고 말이죠. 만약 이 책이 아이돌 팬덤에 대한 책이기만 했다면 전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겁니다. 전 아이돌 덕후가 아니고, 아이돌 덕질에 관심도 애정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물론 저 또한 아이돌 음악을 꽤나 즐겨 듣습니다. 아이돌 음악 같은 것은 일절 듣지 않는 재원 씨와 다르게, 전 그래도 대중 가요 또한 즐겨 듣습니다. 비율상으로 클.. 더보기
역사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철학하기 에 대한 코멘트 다음 링크에서 열람가능 http://www.riss.or.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30db22dfc2e5ef58ffe0bdc3ef48d419&keyword=%EC%A1%B0%EC%A7%80%ED%99%98%20%EB%A6%AC%EC%98%A4%ED%83%80%EB%A5%B4 http://www.riss.or.kr/search/detail/DetailView.do?control_no=30db22dfc2e5ef58ffe0bdc3ef48d419&keyword=%EC%A1%B0%EC%A7%80%ED%99%98+%EB%A6%AC%EC%98%A4%ED%83%80%EB%A5%B4&p_mat_type=b.. 더보기
숀케 아렌스의 <제텔카스텐> 추천 연구실에서 만나 얘기할 때 제가 을 잠깐 언급했었는데요, 그 책 얘기를 꺼낸 이유를 그때 얘기하지 못해서 지금이라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그 책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매우 소박합니다. 부담 갖지 않고 평소에 재밌게 읽었던 책을 얘기하시면 된다는 얘기를 하려고 언급했던 겁니다.(그리고 이게 루만적인 공부법 아니겠냐는 식의 언급이었져ㅋㅋ) 다만 이런 소박한 이유를 넘어서 그 책을 통해 연구가 무엇인지를 얘기하고 싶군요. 보통 연구를 계획적으로 한다고 치면, 특정한 시점까지 뭘 읽고, 뭘 하고 하는 식으로 계획표를 짜고, 이에 맞춰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논문 지도 같은 것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말이죠.(이 날까지 초고를 작성해오라는 식의 과제를 주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지도.. 더보기
사이토 고헤이 –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이 책 미국에서 꽤나 화제가 되고 있다더군요. 궁금해서 읽어보니 화제가 될 만합니다. 책 자체도 수준이 높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맑스 해석을 하거든요. 그러니 이 책은 “해석사적 맥락” 속에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수행하는 “실천”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일단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얘기하고 싶군요. 이 책은 당연히도 이데올로기적입니다. 오늘날의 생태적 위기를 맑스적 생태사회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니까요. 이런 주장 자체는 저에게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전 루만을 싫어하지만, 루만의 분석 자체에는 꽤나 많이 동의하고, 루만이 에서 제시한 문제 상황 인식에 저 또한 동의하고 있습니다. 루만의 진단처럼, 오늘날의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 더보기
이승철 - 사회적인 것을 계산하기: 사회적 가치 지표 개발의 하부정치 책이 아니라 논문이지만 일단 서평으로... 역시나 미독에게 보내는 편지 승철 샘 논문을 보니 승철 샘은 문제의 각을 참 잘 잡는 것 같군요. 본인이 얘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고, 이를 주장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잘 가져온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잘 가져온다는 것은 “가져온 것들”이 모두 최고의 참조항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다양한 작업들을 자신의 맥락으로 전유하여 본인의 얘깃거리로 잘 소화시킨다는 의미에요.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계속하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각설하고, 원래 얘깃거리로 돌아와 승철 샘의 페어 활용 가능성을 얘기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승철 샘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평가 지표”입니다. 평가 지표는 당연히 가치들을 수치화합니다. 문제는 이런 지표 만들기에 많은 사람들이 .. 더보기
미셸 페어 - 피투자자의 시간 이하 카톡 복붙 음... 일단 이 책 좋긴 한데... 좋게만 평가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뭐 페어의 문제 의식과 페어가 자신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길, 혹은 경로)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페어가 보여주는 구체적인 실천들이 얄팍하다는 것이죠. 세상을 만만히 보는 것인지, 아니면 페어가 만만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좀 허접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래도 페어의 문제 의식과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 이를 중심으로 설명을 좀 해보죠. 페어는 금융을 정치적 실천의 영역에 포섭하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적 실천의 영역(토포스, 장소 혹은 영토)을 금융의 영역에까지 확장시키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엥? 이미 그러고 있지 않나?”할 텐데, 그게 아니라는 게 중요.. 더보기
알렉세이 유르착 –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보충) 이 책도 카스트루의 처럼 민족지로서 기술된 내용과 민족지로서 부여된 가치가 좀 괴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괴리가 꼭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떤 주장에 대한 반박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거든요. 논점이 불분명해지고, 논리적으로 좋은 논쟁은 아닐 수 있겠지만, 이것 또한 반박일 수 있고, “좋은” 반박일 수 있습니다. 때론 논점 자체를 뒤트는 일이 필요하니까요. 비슷하게 논점이 모호할지라 좋은 민족지일 수 있습니다.(혹은 논점이 모호해야 좋은 민족지일 수 있을지도?) 어떤 하나의 주장에 몰입하지 않을 때 민족지로서의 풍부함이 더 잘 보존될 테니 말이죠. 일단—제 마음대로—이 책 자체의 동기를 단순화하자면 빡침으로부터 비롯된 반박입니다. 이런 반박은 헌익 샘의 에서도 찾을.. 더보기
루세 <바로크 문학> 예전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읽으니 당혹스러웠다. 레몽의 를 읽을 때 느꼈던 당혹감이 떠오르면서. 루세가 감사의 말을 레몽에게 제일 먼저 바치니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둘 모두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 문학서인지—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의미에서 “연구서”, 혹은 “학술서”일 수 있는지—모르겠다. , 그리고 을 통해 “배운” 사람들은 도대체 이 책들에서 어떤 것을 “배운” 것이었을까? 물론 이 책들로부터 배울 게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들은 길고, 많은 것들이 적혀 있다. 나에게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은 이 책들에 기록된 구절들을 어떻게 분절해서 읽었는지다. 레몽과 루세에게 배운 이들이 이 책들에 적혀 있는 많은 것들을 어떻게 분절해서 “활용”했는지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