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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논자시를 준비하며 – 0 나도 대학원생인지라 논문제출자격시험도 봐야하고, 이를 위해 준비도 하고 있다. ENTP와 ADHD는 궁합(?)이 잘 맞는 덕분에, 나는 평생,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지만,(불세출의 영웅 오디세우스도 뚫지 못할 스킬라와 카르브디스 사이의 딜레마일 것이다), 외부적 압력으로 약간의 노력이 가미되어 읽지 않던 책을 읽게 되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사실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민망하기도 한데, 어디 가서 항상 칸트 전공자라고 말했던 나고, 좀 더 진지하게는 칸트 이전부터 칸트까지의 독일 철학사를 전공한다는 나고, 더욱 더 진지하게는 독일의 학문론 논쟁의 전개를 연구함으로써 학문론의 이념을 확인한다는 나이지만, 정작 을 읽어본 적이 .. 더보기
모든 변사또를 위해(우리 모두 변사또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란 게 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 시대에 반복하고자하는 사업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할머니들이 취업자가 되어 취업률도 오르고, 노인복지도 하고, 아이들 교육(?)도 하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나의 엄마도 이야기 할머니(우리엄마가 할머니라니 세월이 야속하다)가 되어 이야기 할머니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는데, 엄마가 외우는 이야기들을 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외우는 이야기들은 일관성이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냥 옛이야기 정도로 생각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시간대는 매우 다르다. 내가 굉장히 불쾌감을 느낀 이야기는 조선말 배경의 민담이었는데(아무도 이 이야기가 조선.. 더보기
김경만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재고 김경만의 에 대한 코멘트를 올린 적 있다. 그때 나의 핵심적인 코멘트는 국내 문제에 대한 김경만의 대립각에는 동의한다는 것이었고, 국외에서 국내로의 이행이란 차원에 대한 김경만의 침묵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좀 더 상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김경만은 국내의 자생적 이론을 꿈꾸는 지난 세대의 학자들에 대해 비판한다. 그들은 자생적 이론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서양의 언어를 배척하고, 이미 사라진 과거의 언어, 그것도 별 근거 없이 조선-유학의 언어가 진정한 우리 언어라는 전제 아래에서 꿈꾸듯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경만은 이에 대해 한국적인 언어, 한국적인 이론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휘적으로 특성화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서양의 것으로 치부되는 언어 속에서 차이를 얻는 것일 때에서야 정.. 더보기
일기 꾸준히 글을 쓰지 않으니, 글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며칠 연속으로 쓰다보면 잠시 실력이 오르지만, 한동안 쓰지 않으면, 금세 떨어진다. 이러한 실력 저하가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주술 호흥과 쓸모없는 수식어들의 위치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것들을 채울 때, 그것이 적재적소에 들어가야 맛깔이 나는데, 이상하게 멍한 시점에는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위에 내가 적어둔 르쿠르 연구서에 대한 코멘트에서도 이상한 문장들이 계속 등장한다. 몇몇 문장은 수식어(?) 접속사(?)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꽤나 괜찮아지지만, 몇 개의 문장은 아예 새로 써야 의미가 통할 것 같다. 이런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면 수치플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나의 코멘트 또한 매우 구린 문장들로 채워져 있.. 더보기
단상들 얼마전 통근시간 버스 안에서 갖은 소란을 떠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정말 악령들린 원숭이들 같군!"순간 나의 생각에 내가 놀라 고민에 빠졌다. 왜 "악령들린" 원숭이였을까하고. 물론 아이들은 원숭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숭이는 원숭이 나름의 원숭이다움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원숭이다움을 갖추지 않았기에 원숭이일 수 없다. 아이들은 어떤 "다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절제와 방종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있다.그렇기에 아이들은 어떤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사람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들"은 어떤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그것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 그 .. 더보기
근황 글을 하나 쓰려고 하는데, 서평으로 생각해야할지 일상으로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내가 요즘 하는 일이 거의 다 공부에 관련된 것이다보니(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제외하면...) 근황이라고 할 게 사실상 공부 문제뿐이다. 마지막 학기라는 생각에 학교도 거의 안 나가면서 놀았더니, 공부하는 시간도 늘었다. 역시 절대적인 여가의 총량은 중요하다.(이 문제를 지적한 아이젠슈타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그런데도 아이젠슈타인의 글은 정리할 엄두가 안 난다. 한국어 번역책은 반납해버렸고, 원서는 살 예정이지만 언제 다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큰 장애이지만 나의 게으름 때문에 영어 공부는 항상 뒷전이 되기 일수이다.(한국어로도 이렇게 읽을 것들이 넘치는데 영어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겠.. 더보기
현대 사회에서의 철학의 쓸모? 문득 든 생각. 고전적인 덕 이론이 요즘 각광을 받는듯 하는데, 고전적인 덕 이론이 현대 사회에 기여할 부분은 매우 적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권 담론 같은 핵폐기물보다야 나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전적인 덕 이론들은 즉각적인 감각적 충동과 그것들의 순화라는 구조로 문제를 해결한다.즉 마음의 조화=감각의 순화=행복인 것이다.물론 이러한 구도는 오늘날에도 꽤나 설득력 있는텐데(본인도 플라톤에 뿅간 적 있으니 부정하지 않겠다), 이러한 구도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꽤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오늘날 문제가 되는 감정들은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오늘날 대부분의 감정들은 고도로 추상화된 감정이며 감각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게 우울함이다. 도.. 더보기
냉소주의에 대해서 블로그명 및 필명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고민해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냉소'를 생각해냈다. 열정의 부재, 그것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냉소주의를 표방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얼마전에 일상용에게도 열심히 설명했지만, 현대의 냉소주의는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덫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현대의 냉소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내가 꽤나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오타쿠에 대한 연구인데, 내가 오타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 그들이 내가 갖지 못하고 있는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비슷한 이유로 사회주의자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