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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쓰지 않은 책들을 위한 서문 – 니체 흉내내기 서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최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주제들을 나열해볼까 싶다. 보통 이런 얘깃거리가 생기면 몇 번 썰 풀고 끝냈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글로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라도 남겨 두어야 나중에 논문으로든 에세이로든 발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흔적을 남겨두려고 한다. 이것은 쓰지 않은 책들을 위한 서문을 써서 출판한 니체의 작업을 작은 규모로 흉내내는 것이기도 하다.(나는 이처럼 모방으로써 존경을 바친다) 1. 분석철학의 세 독단콰인의 을 패러디하는 글이다. 논문 형식이 어울릴 만한 주제이다. 콰인의 두 독단 비판에, 데이빗스의 세 번째 독단 비판을 역으로 뒤집는 논문이 될 것이다.1) 분석과 종합이 독단에 불과하다는 독단에 반하여2) 부분이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부정하.. 더보기
일기 오전 3시 12분. 개가 짖는 소리에 깼는지, 개를 짖게 한 공사 소리에 깼는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었고, 나를 깨운 무엇을 안과 밖에서 찾고 있었다. 악몽을 꾸었는지, 소리에 놀랐는지, 나는 놀라 있었고, 나를 놀라게 한 무엇은 이미 떠난 후였다. 한가지 분명해보였던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놓쳤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것의 부재를 직감하고 그 빈자릴 쫓고 있었다. 거부하기 위해서였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든. 산산이 부서진 이름, 허공에서 헤어진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그 이름으로 불릴 주인은 신체가 보존하는 몸서리쳐지는 흉터다. 우리는 이 이름을 제정신으로 부를 수 없다. 알코올의 자격으로, 분열과 섬망의 자격으로, 단절되지 않는 아우성으로 그 이름을 부를 수밖에. 무의미로.. 더보기
위대한 철학자들 사이에서의 모순 한 철학자가 위대함과 동시에 다른 철학자 또한 위대하다는 것이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일까? 칸트가 위대하다면, 헤겔은 위대하지 않고, 헤겔이 위대하다면 칸트는 조롱받야하는 것일까? 뉴튼과 아인슈타인을 동등하게 위대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 같지도 않다. 과학의 진보에 과몰입하는 이들이, 아인슈타인이 맞았고 뉴튼은 틀렸다고 말할 때에도, 그들은 뉴튼을 조롱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차라리 진보를 부정하지 뉴튼의 천재성을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철학을 한다는 이들은, 위대한 철학자들을 갇히고 굶주려 동족포족에 빠지는 햄스터들로 그리는 것일까? 그들은 왜 철학자들의 만신전을 그리지 못하고 아귀지옥만을 그리는 것일까? 존재론이란 것은 도구이며 수단이다. 그것은 목적이 아니다. 존재론들 .. 더보기
인간의 얼굴을 한 초월철학; 칸트의 삶, 철학, 우리 한 명의 인간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명의 인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 서로의 삶을 비교하기 위해서, 온전한 삶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길다. 그것은 루소가 을 쓰면서 기획했을 법한 시도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기획일 것이다. 우리는 단순화를 통해 하나의 비교항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칸트라는 비교항을 제시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의 성격을 알 필요가 있다. 칸트 자신이 기술했던 것을 따르자면, 칸트는 멜랑콜리 기질의 인물이다. 멜랑콜리 기질, 이 말은 너무나도 불완전하다. 하나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치환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다. 하나의 단어를 하나의 의미로 치환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더보기
라이프니츠라는 수수께끼 최근 여러모로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던 상황인지라 거의 글을 올리지 못했다.여러모로 빡치지만 별 수가 없다.그래도 화형 당해 뒤진 브루노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브루노는 키도 작았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김에 재미난 주제를 다뤄볼까 한다.(재미있을지는 모르겠다. 수백년전 사람의 이상한 헛소리를 분석하는 게 재밌는 사람은 많지 않을테니 말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라이프니츠.라이프니츠하면 신비스러운 천재의 이미지가 좀 있는 것 같은데(라이프니츠 전문가인 모 교수는 몇 년간 들여다봐야 이게 뭔 소린지 조금 이해되기 시작한다고 말하곤 한다), 딱히 신비스럽지도 않고 딱히 천재인 것 같지도 않다. 오늘 다룰 수수께끼 이전에 이 문제를 약간 밝히고 넘어가자. 라이프니츠는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 더보기
일상의 생각들(수정) 서울 2020년 여름 7월 13일 오후 2시 51분 현재.서울에는 비가 왔고, 나는 밤새 잠을 못 자 피곤했다.아이들이 버스에 탄다.3313 버스기사는 비에 젖어 미끄러운 바닥에 아이들이 넘어질까봐 23초 더 정차한다.이것을 소유한 사람은 그와 나와 너뿐이다.이것은 오롯이 우리만의 것이다. 칸트의 코페르니쿠스 전회칸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얘기한다. 이는 민간설화와 다르게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을 본인이 하고 있다는 어설픈 자기자랑이 아니다. 칸트는 구체적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작업을 분석하고, 그의 작업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연구는, 형이상학적 고민을 제쳐두고, 현상(들)과 이를 조직하는 이론의 관계를 규명하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즉 태양이 지구를 돌든, 지구가 태양을 돌.. 더보기
논자시를 끝마치고 를 겨우 두 편 내놓고 벌써 를 내놓는다.논자시가 지난 화요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나는 지난 일주일간 무엇을 하였는가!뭐가 되었든 논자시는 끝났고, 이에 대한 후일담이라도 적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그나저나 “직성이 풀린다”는 표현은 참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성좌 비유이지 않은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예상한 것을 넘어서는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내가 다니는 대학 철학과 논자시는 데카르트의 , 흄의 , 칸트 , 헤겔 안에서 나오고, 각 텍스트에서 한 문제가 나온다. 이 중 세 개를 선택해서 문제를 풀면 되어서 이번에 나는 흄을 포기하고 나머지를 준비했다. 데카르트데카르트 문제는 준비했던 그대로 나왔다. 6성찰의 “외부세계 존재 증명”을 설명하라는 문제였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더보기
블로그 주인 소개 그래도 요즘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이왕 블로그를 하는 김에 주인장 소개나 올릴까 싶다.예전에 블로그 이른을 정한 이유는 밝혔지만, 그때 자기소개는 올리지 않았다.뭐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만으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믿어서 그랬던 것이지만(역시나 정신은 어디에나 살아있다),그때와 지금은 다르고, 이런 글이라도 써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역시 ENTP는 타고난(생각해보니 mbti는 후성설이라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여튼) 관종이다. 가난한 집안의 죄 많은 학생으로 자라나 대학원에 수감 중이다.만으로 2년을 다녔지만 수료도 하지 못하였다.언제 출소할지 모르겠지만, 딱히 출소할 마음도 없다.지와타네호를 찾으면 그때서야 나갈 생각이 날 듯하다. 전공은 철학. 세부전공은 철학사이다.하지만 .. 더보기
논자시를 준비하며 – 2 시리즈는 7개 정도 쓰려고 했었는데, 2에서 끝나게 되었다. 뭐 그래도 데카르트만 덩그러니 내놓고 끝내지 않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또다시 구체적인 답변이 아니라 일반론적인 진술로 잡설을 풀어내게 된 것은 참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추가된 논자시 대비 전략이 있으니 이를 먼저 언급해보려고 한다. 에서 헤겔에 대한 문제가 나올 경우 어떻게 적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전략이 떠올랐다. 헤겔에 대해서 떠들기 어려웠던 것은, 헤겔어들이 체화되지 않아서였다. 헤겔은 철학을 현상학적으로 서술하는데, 이러한 현상학적인 서술은 그 순서를 그대로 따라야만 할 것 같은 부채감을 선사한다. 즉, 헤겔에 대해서 뭐를 얘기하려면 헤겔이 .. 더보기
논자시를 준비하며 – 1 당장 내일모레가 논자시인데 아직 읽어야할 텍스트들도 다 읽지 못해 큰일이다. 게다가 최근 논자시 경향은 세부적인 문제를 내는 것이라,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데카르트뿐일 거 같다. 흄이나 헤겔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인데, 헤겔은 읽긴 했지만, 관련해서 답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없는지라, 결국 흄도 읽어야할 것 같다. 헤겔로 쓸 수 있는 답이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닐 가능성이 크니 위험을 너무 감수해서는 안 된다. 논자시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힘없는 일개 학생으로서 그냥 따라야지 별 수가 없다. 첫 번째 예상답변은, 예상답변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는 데카르트인데, 데카르트 성찰에서 가장 중요한 두 문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