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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냉소주의에 대해서

블로그명 및 필명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고민해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냉소'를 생각해냈다. 열정의 부재, 그것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냉소주의를 표방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얼마전에 일상용에게도 열심히 설명했지만, 현대의 냉소주의는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덫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현대의 냉소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내가 꽤나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오타쿠에 대한 연구인데, 내가 오타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 그들이 내가 갖지 못하고 있는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비슷한 이유로 사회주의자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가지 일에 그만한 열정을 갖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오타쿠는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다.


냉소를 떠올리다보니 어원이 되는 키니코스학파가 떠올랐고, 키니코스학파의 번역어인 견유학파가 생각이 났다. 키니코스학파에 어떠한 관심도 없으며, 이론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며, 이론과 행동의 괴리를 꽤나 강조하는 나에게 키니코스학파는 나와는 정반대의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 회의주의가 아닌 냉소적 회의주의자인 나에게 냉소의 어원이 된 표현은 너무나 매력적이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견유를 한글로 옮긴 개선비를 필명으로 삼게 되었다. 일상용은 나에게 나와 선비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르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요즘 인터넷 용어에서 왈가왈부 떠들기 좋아하면 씹선비로 불린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나또한 선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블로그 상단에 BooK Review라고 적혀있지만, 조만간 개선비의 왈가왈부로 바꿀 것이다.


평소에 마음속에서만 담고있던 훈장질을 눈치볼 것 없이 인터넷에 씨부릴 수 있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결국 일상용과 나의 갠톡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냥 일기장정도로 생각하고 적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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