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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중세의 미학" 에코의 "중세의 미학"을 읽었다. 정확히 어떤 동기로 빌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의외로 엄청난 수확을 했다.다만, 책이 굉장히 얇은 거에 비해서 잘 안 읽히고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생 좀 했다.애초에 이 책 자체가 입문-교양서로 쓰였던 게 아니다보니(자세한 사정은 출간을 하며 붙인 에코의 서문에 나온다. 여기서 서양 학자들이 연구서에서 라틴어와 불어를 번역하지 않고 인용하는 풍습이 있음을 문자적으로 확인했다... 연구서에서는 원래 번역하지 않고 인용한다고 한다. 뭐 이제는 번역 없이 인용하는 책을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지만...) 약간의 고생은 감수해야한다. 책 자체는 얇지만 굉장히 핵심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끝내기 때문에 양은 많다. 각각을 요약할 생각은 없고 읽다가 들었던 생각만 요약하.. 더보기
현대 사회에서의 철학의 쓸모? 문득 든 생각. 고전적인 덕 이론이 요즘 각광을 받는듯 하는데, 고전적인 덕 이론이 현대 사회에 기여할 부분은 매우 적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권 담론 같은 핵폐기물보다야 나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전적인 덕 이론들은 즉각적인 감각적 충동과 그것들의 순화라는 구조로 문제를 해결한다.즉 마음의 조화=감각의 순화=행복인 것이다.물론 이러한 구도는 오늘날에도 꽤나 설득력 있는텐데(본인도 플라톤에 뿅간 적 있으니 부정하지 않겠다), 이러한 구도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꽤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오늘날 문제가 되는 감정들은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오늘날 대부분의 감정들은 고도로 추상화된 감정이며 감각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게 우울함이다. 도.. 더보기
도덕의 계보학에서 비극의 탄생으로 도덕의 계보학을 보고 난 후 습관처럼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덕의 계보학을 읽는 일이 끝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덕의 계보학은 웃음을 유발하는 즐거운 유희거리이긴 했지만,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덕분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그 페이지는 나에게 있어 마지막일 수 없었고, 니체의 다른 책인 비극의 탄생에 손이 갔다. 비극의 탄생의 서문, 자기비판의 시도를 읽던 중 한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도덕의 계보학에서는 꾸준하게 생리학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니체의 생리학은 어떨 때는 최신의 것처럼, 어떨 때는 아득한 옛날의 것처럼 진술한다.진화론과 체액론이 19세기에는 멀지 않은 조합이긴 했지만(어떤 이는 진화를 가능케하는 '유전자'를 체액에서 찾기도 했다), 니체의 최신의 것과 옛날의 것의 결합이 당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