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책 모두 '젊은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기대하고 보았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현대 일본의 20대에 대한 담론이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의 내용이 너무나도 많이 나왔다. 일본 인문과학서적에서 자주 제시하는 연구방식들을 모두 보여주려는듯 '젊은이' 담론사나 하나의 공동체로 묶을 수 없다는 둥의 다양성을 제시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젊은이'는 정의하기 까다로운 존재로서 20대로 한정지을 수도 없다. 저자는 본인의 책이 지루하니 하루에 한 장(章) 씩 읽으라고 하지만, 저자는 꽤나 농담조로 책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예컨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조현준(趙顯峻, 25세, 서울시) 식의 표기를 하는데, 중간에 원피스를 예로 들면서 루피에게도 똑같은 식의 표현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주석의 대부분은 "본인은 축구를 잘 모른다 얼마나 모르냐면, 심판이 옐로카드를 주면 어디다 넣는지 궁금할 정도이다"에 대한 농담식의 답변으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지루한 이유는 별다른 내용이 없기 떄문이다. 물론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를 제시하고 있지만, 본인이 얘기하듯 한 가지 큰 얼개로 이를 종합하려는 노력이 없다. 이 책을 거의 다 보아가지만, 이 책이 보여주려고 하는 중심 내용이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저자는 나타내려고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면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이 있다. 저자는 오늘 날의 젊은이들이 정치적 공동체에 참여하는 이유가 마음 둘 곳 없어서라고 얘기하면서, 이러한 식의 결속은 결국 어떠한 목적성을 갖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일본의 우익활동에 대해 그다지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좌파도 국가를 위하는데, 국가를 위한 일은 우파만의 전유물로 보여서 그런 듯하다라는 진단마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을 기준으로 보자면, 이 '마음 둘 곳 없는' 젊은이들이 가질만한 추상적 불안 중 하나인, '중국과 한국의 일본 공격'이란 소재를 아베정권은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지속적인 구심적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다.(예컨대 중-일, 한-일 문제의 핵심이 되는 아베의 특별한 행동들은 중국과 한국이 반발하게 함으로써, 일본의 위치를 설정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아베의 정치적 제스쳐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익활동들이 그렇게 정치적이지만은 아니니 걱정할 것 없다는 식의 진단은 너무나도 편파적일 뿐만 아니라 현상황을 너무나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행복이 좋은 국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의견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지만, 연구의 방법이나 다양한 사례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을 뿐더러, 정작 알고 싶은 부분, 즉 개개인의 행복이 어째서 좋은 국가로 이어지지 않는지, 그리고 왜 일본 젊은이들은 이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저작이다. 심지어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마음 둘 곳 없는 젊은이들'이 어째서 마음 둘 곳 없는지, 어떻게 극복 가능할지에 대해 제대로 된 언급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적어도 위 책보다는 낫다. 하지만 큰 얼개는 대부분이 떠들고 있는 얘기들이며,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에브리바디가 짐작하고 있었을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사례 중에 꽤나 재밌는 것들도 있으며, 읽다보면 격히 공감될만한 부분도 있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원서를 넣을 때 가고싶은 곳이 아니라 성적에 맞춰 넣는 것을 '환불받지 못하는 상품권'으로 비유하여 말한 사례는 정말 탁월했다. 책을 읽는동안 새로운 자극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20대 담론에 있어 누군가는 헀어야할 작업을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20대가 괴물이 된 이유로 자기계발서 열풍을 들고 있는데, 자기계발서 열풍이 과연 시대의 원인인지, 시대의 부수현상인지(다시말해 시대적 맥락에 따라 열풍이 생겨난 것인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자기계발서 열풍은 시대와 부합해서 생겨난 부수현상이지 원인이 될 수 없다. 우리시대의 구조적 문제가 더 근본적이며, 더 분석해볼만한 문제이다. 하지만 오찬호는 IMF나 몇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근본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대들에게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 사회탓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내가 보기에 20대들이 자기탓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은, 20대들이 사회탓인 걸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제시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자기계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현시대에 불만이 있더라도 묵묵히 따라야만 하기 떄문에(그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우석훈은 짱돌을 들라지만, 지금 20대가 겪는 문제는 짱돌을 든다고 해결될 수 없으며, 20대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게 진짜 문제다), 오히려 자기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진단만으로는 얘기하지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20대가 겪는 문제들의 진단이 부족해서 20대들이 시대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게 아니라, 진단을 해보면 더욱 답이 안 보이기 때문에 시대의 물결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찬호는 20대들이 자기계발의 이면을 모른다고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본인이 얼마나 학벌주의 담론에 익숙한지 이 책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가 얼마나 학벌주의 담론에 익숙한지를 평가해보는 것은 충분히 값어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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