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 책소개가 있었는데, 댓글로 달려다 너무 공격적인 거 같아 블로그에 적는다.
다음은 내가 본 책소개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는 현대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을 비판하는 본격 정치교양서이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철학적 방법론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예시들 뒤에 숨겨진 주장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독자들은 정의론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샌델이 실제로는 정의의 ‘한계’를 주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에게서 뚜렷한 정의론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논리에 기반한 이성적인 문장은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는 마이클 샌델의 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의 구성을 따라가면서, 샌델이 엉터리로 비판하고 왜곡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복원하고, 그 핵심 가치인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옹호한다. 또한 현대 정치철학에서 자유주의와 경쟁하는 주요 사상 조류인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에 대한 샌델의 곡해를 걷어내고, 정치철학의 거장들이 제기한 아이디어들의 진정한 가치를 재음미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샌델의 (공동체적 자아를 상정한) 목적론적 철학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민의 정치적 지위를 허물어뜨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경고한다.
더불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재산 소유권의 한계, 징병제와 모병제의 문제, 과거사에 대한 집단 책임의 문제, 탄소배출권 제도, 의무 투표 제도, 재능 공유제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정치철학의 문제들을 풀어가는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나의 코멘트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내가 본 '정의란 무엇인가'는 학부 저학년을 대상으로, 윤리학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는 윤리학 서적이지 연구서가 아니었다.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쓰인 책이 이미 샌델 이전에도 많이 존재했으며(제임스 레이첼스의 '도덕 철학의 기초'가 그 예) 그것이 샌델 고유 것일 이유는 없다. 게다가 샌델이 유행할 당시에 학부 윤리학 개론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당시 나를 가르친 강사말로는 "본인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강의해본 바로는 샌델식 강의는 이미 미국의 보편적 윤리학 개론 강의"라 한다.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임스 레이첼즈와 몇가지 논변은 다르지만(참고로 레이첼즈는 공리주의자다) 사실상 책의 구조는 똑같다. 심지어 개인적으론 레이이첼즈의 책을 더 추천하기도 한다. 샌델의 책에 나온 예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철학의 유명한 논변들처럼(좀비논증, 중국인 방 논증 등) 꽤나 유명한 것들이다. 뭐 위의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라면 나의 비판이 의미없겠지만(그것은 나의 표현대로 내가 이 책에 대한 비판의 틀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어떠한 정치철학을 표방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비판의 틀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 열풍 이후 봤던 글들 중 그 책이 어렵다거나, 뭔가 특별한 통찰을 갖고 있다는 글이 많이 보았는데, 그 책은 그런 의도로 쓰여진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어떠한 방법론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금 잘못된 독해를 하는 독자들이 많은 듯하다. 결과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허구란 소리다. 그러니 그 책의 열풍으로 과도한 해석을 하기보다는, 마케팅의 예로서 접근해야할 것이다. 그렇게해도 충분히 시대 담론이란 주제까지 다룰 수 있다.
추가로 말하자면 샌델에 대해 어설픈 비판은 안 했으면 한다. 광고처럼 (물론 그 맥은 다르지만) 샌델은 분명 중요한 정치철학자이며, 많은 연구서에서 다루는 중요한 철학자임에 틀림 없다. 그가 교양서에서 주장한 몇가지 명제만으로 그의 이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물론 그러한 지적이 '좋은 교양서'에 대한 지적은 될 수 있을 것이지만(이 책은 잘못된 방식으로 본인의 주장을 호도하고 있다는 식의), 정말로 샌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성공한 것이라 보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그리고 위 책의 저자가 로버트 노직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를 보고 주장한 거라면 참 가슴아프다. 로직은 이 책을 젊어서 출간했고 그의 철학적 포지션을 변경한바 있다. 그는 "남들은 내가 그들이 이해한 그대로이길 바라는듯하다고 말하면서, 지금이라면 아니키에서 유토피아로같은 책을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란 글을 실은적 있다(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라는 그가 쓴 교양서 서문에 나온다) 실제로 정치철학계에서 자주 다루는 노직은 자유지상주의자로서인데, 워낙 많이 비판받아 내가 느끼기에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학자들이 쓰는 책에서 지나가며 까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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