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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을 보다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는 취향저격 그 자체인듯…
카버가 옛날에 본 영화들로 평생을 우려먹은 것처럼,(본인이 직접하는 얘기다. 그냥 옛날에 시간 많을 때 본 영화들이 자기가 본 전부라 그것들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내가 옛날에 본 영화들로 우려먹게 된다면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로 우려먹게 될 것 같다.(뭐 이마무라 쇼헤이나 에드워드 양, PTA 영화도 계속 우려먹겠지만 말이다. 동시대 감독으로서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일할듯…)

대사를 실험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설득력 있는 대화가 가능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있는듯?
<우연과 상상>에서 성취한 설득력을 생각해보면 <드라이브 마이 카>의 대화들은 좀 아쉽긴 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놓고 홍상수를 참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내가 모르는 다른 영화들도 참조하며 실험하고 있는 듯하다.(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닌지라 참조한 다른 영화들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더 있을 듯하다.)
생각해보면 홍상수 영화 속 대화는 어색하지 않다. 나름 그럴 듯한 대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홍상수 영화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역시 나 같은 취미 생활자와 전문 직업인은 다른 것인가 싶다. 언제나 이상을 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야하나? 뭐 그게 전문 직업인이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1화는 극중에서도 언급되듯 리듬감 있는 대화가 등장한다.
이런 이유로 영화에 슈만 음악을 깐 것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슈만은 리듬의 음악가니까.
그리고 여기서 촉발되는 또 다른 물음. 그래서 리듬은 도대체 뭘까?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1화에서 리듬감 있는 대화를 꽤나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 다만 설득력은 좀 떨어지는 듯하다.
인물 자체는 꽤나 설득력 있는 편. 여자 캐릭터는 그렇고, 외려 남자 캐릭터가 좀 애매. 내가 극속 남자 캐릭터보다 여자 캐릭터와 더 비슷해서 그런 것일 수도... 나역시 언제나 솔직하려 노력한다. 물론 그게 정말 진심이었는지는 언제나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문득 <최악의 하루>가 떠오른다. 그것도 참 재밌게 보았지... 솔직함과 진심의 복잡함과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그런 것들... 통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말이다.)

3화의 대화는 일종의 콩트로 제안된 것이고, 그래서인지 더욱 설득력이 느껴졌다. 감정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3화. 감동적이었다. "우연과 상상"이란 제목으로 3화만 따로 내놓았어도 되었을 듯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여간 멋진 이야기... 그에 걸맞은 대화...

그런데 외려 2화가 뒷맛이 많이 남는듯. 대화의 상황도 그렇고, 설계가 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떤 실험인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다음 영화을 볼 때 염두에 둘 생각이다.

단편 모음 영화인 줄 모르고 보았고, 그래서 1화가 끝났을 때 아쉬움이 많았다. 그만큼 궁금증이 많이 남았다는 얘기이고, 이야기 자체가 재밌었다는 얘기이다. 다만 가장 흥미롭게 본 3화는 완결적이라 “더”가 필요하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 2화도 더 보고 싶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의도가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외국어라 잘 모르겠지만, 연기는 역시 허접…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하는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난 더 좋다. 이런 어색함이 현실에 더 가깝기도 하고, 메소드 연기 같은 것은 외려 위선 같아 보이니 말이다.(사실 우리 삶 자체가 어색한 연기와도 같다. 무엇이 자신인지 모르고, 그렇기에 모든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으니까. 진정한 연기는 어색하고 부끄럽고 주저하는 것… 그것이 진실하고 진정성 있고 힘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다. 뭐 내 생각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뒤늦게 든 생각: 단편들의 제목을 하나로 잇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문을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 마법(보다 불확실한 것)을 기다리는 우리" 같은 것으로.